본문 바로가기
Doodle

가을, 커피의 숲을 거닐다

by skyfox 2008. 9. 24.

커피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달콤하고 매혹적인 이야기

_김정열    판형_신국판

면수_264   가격_12,000

발행일_2008 9 10

 

“사람은 죽어서 천국에 가길 원하지만,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코스타리카로 가길 원한다.” - 허형만

 

가을, 나를 이끄는 커피의 향

창이 열린다. 숨조차 막혀버릴 것 같은 빼곡한 빌딩 숲 사이로 사람 하나 둥둥 떠다닌다. 그 사람을 쫓아 몸을 창 밖으로 내민다. 그가 닿은 곳은 시멘트벽으로 사방이 막힌 곳이 아닌 코스타리카에서 흘러나온 진한 커피 향이 가득한 숲. 사람들은 간혹, 그가 건너간 징검다리를 찾아 사무실 밖으로 몸을 기댄다. 사람들은 그가 지나간 흔적에서 커피 향을 맡으며 휴식 이상의 상상을 꿈꾼다. 사랑은 이제부터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느 한 가지에 미치거나, 혹은 미치고 싶어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현실을 탓하며 동경을 한다. 그 어느 한 가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무엇이 되었든 자신만이 만족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 이 책에 있는 사람들은 단순히 자신만의 감정을 쫓아 어느 한 가지를 선택하지 않았다. 나와 너, 너와 우리, 사람과 사람, 그리고 대화와 소통을 위해 이들은 달콤하면서도 매혹적인 커피 향을 품었다.

『커피 수첩』을 펼치는 순간, 이들의 변하지 않는 사랑의 질감을 향과 맛과 시선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3곳의 숨은 바리스타, 23잔만의 독특한 커피!

커피는 같은 산지에서 재배되었더라도 어떻게 볶느냐(배전)에 따라,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내리냐(드립)에 따라 그 맛과 향이 달라진다. 그 수많은 비법의 조합 속에서 한 잔의 훌륭한 커피가 탄생한다. 『커피 수첩』에 담겨 있는 23명의 커피 고수들은 저마다의 특유한 감수성과 고집으로 커피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최대한 이끌어낸 사람들이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커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단순한 돈 벌이를 넘어선다. 커피 1세대로 불리며 아직까지 커피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 분도 있고, 자신만의 고유한 맛을 유지하며 지방에서 꿋꿋하게 소신을 지켜오는 분들도 있다 . 또한 자신이 이룩해온 모든 것들과 바꿀 만큼 커피가 자신의 삶 자체가 되기를 바라며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운 분도 있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커피에 미치게 하였는가? 그 답은 이들이 직접 내려주는 한 잔의 따뜻한 커피 속에 있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낚는 바리스타들

『커피 수첩』에 소개된 고수와 트렌드의 주인장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미 카페 사진에서 눈치 챘을지도 모른다. 이들 카페의 공통점은 커피잔? ? 그림? 음악? 예쁜 가구? 풍경? 어떤 것인들 카페를 인테리어 하는데 빠질 수 있을까. 이들이 내리는 커피의 중심에는 항상 사람이 존재한다. 나를 위한 사람, 당신을 위한 사람, 우리를 위한 사람커피는 혼자 즐기는 음료인 동시에 소통의 매개체가 된다. 이들은 커피를 통해 세상과 말 걸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싫어 도망쳤다가, 그래도사람이라 사람의 문을 두드린 이가 있고, ‘커피를 기다리는 손님이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커피를 내리는 이도 있고, 술집과 음악 장사를 하고 싶었다가 사람을 향한 자유본능을 막지 못하고 커피의 바다에 빠진 이도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바리스타 챔피언이나 라떼아트, 목 좋은 카페일수도 있지만 이 『커피 수첩』의 주인장들에게는 무엇보다 사람을 향한 진정성, 진심이 중요하다. 이것이 곧 커피를 대하는 순수의 열정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커피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커피를 볶고, 내리는 사람의 정성과 마음가짐으로 그 맛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들의 인생에는, 커피에는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맑은 강이 흐르고 있다. 한결같은 이들의 커피엔 주인장들의 손끝에서 파르르 떨려오는 수줍은 마음이 깊게 녹아 있다.

커피 숲으로 떠나는 가을 커피 투어

『커피 수첩』 속의 카페는 서울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강릉의 <보헤미안>, 포항의 <아라비카>, 부산의 <휴고>, 상주의 <커피가게>, 대구의 <커피명가>, 울산의 <빈스톡>, 경주의 <슈만과클라라> 23개의 카페 중에서 지방에 소재한 카페가 9곳에 이른다. 또 서울 지역에서도 카페 골목으로 유명한 홍대 근처나 부암동, 계동, 삼청동, 다동 등 그 위치가 다양하다. 찾아가는 편리함이 아닌 진짜 맛을 추구하는 곳을 찾다보니, 시원한 대로변보다는 구석구석 숨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그냥 카페를 가는 게 아니라 커피 여행이라고 불러도 좋다.

한 카페의 주인장은좋은 곳은 혼자만 알고 있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귀띔하지만, 카페를 차리길 원하거나, 바리스타가 되길 바라거나,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커피 수첩』의 고수들을 만나 커피와 사람과 열정과 순수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질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달콤하고 매혹적으로 떠오르는 커피 맛을 직접 느껴보고 싶을 테니까 말이다.

책 속에서

“제게 커피란 놀이이며 <커피스트>는 놀이터에요. 저는 커피를 볶고 내리고 마시며 놀아요. 커피로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더불어 웃고 울며 세상을 나누죠. 커피는 저의 스승입니다. 커피는 더불어 사는 것이 무엇인지,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나눈 것이 무엇인지, 고통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일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기도 해요. 저는 커피와 더불어 지혜롭다는 것과 깊이가 무엇인지를 배우고 있어요.”

29p. <커피스트> 중에서

“좋은 곳은 혼자만 알고 있는 것이 좋은 것입니다.”

그는 슬쩍 귀띔을 한다. 너무 알려지면 혼자 즐길 수도 없고, 커피의 맛과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커피 맛이 예술이네요!”

“수도물로 내렸는데……”

우리가 마시는 커피의 99% 이상이 물이고, 물이 좋아야 커피 맛이 좋다는 것이 정설이다. 뒤따른 설명을 들으니 그는 역시 대가였다.

“바람과 공기 덕분이겠죠.”

41p <보헤미안> 중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를 거치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앉았던 창가의 그 자리가 전혜린이 죽기 전날 마지막으로 차를 마시던 자리라는 것을 알기나 할까?

49p <학림> 중에서

이곳의 커피 맛은 다른 곳과 확연히 다르다. 맛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주인장의 배전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에게는 국내 유일의소문난 숯불 배전이라는 수식이 붙어 있는데, 그만큼 쉽지도 않고 흉내 내는 것조차도 만만치 않다. 대신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참 독특한 맛을 낸다. 숯이 가지고 있는 일련의 연기가 커피에 은은하게 배인다. 잡스러운 맛이 배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어긋날 수 있는 향이 조화롭게 어우려지는 것이다.

72p <칼디> 중에서

중간 정도로 볶은 코스타리카를 내려주었다. 혀 양끝으로 갈라지는 신맛은 이전까지 약하게 볶은 커피에서 맛보던 신맛하고는 다른 신맛을 가지고 있었다. 덧붙이는 그의 말이 더 걸작이다.

“사람은 죽어서 천국에 가길 원하지만,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코스타리카로 가길 원한다.”

맛깔난 신맛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87p. <허형만의 압구정 커피집> 중에서

그러고 보니 그는 물을 얹는 것을 순 우리말로손흘림이라고 한다. ‘손흘림커피’. 듣고 보니 참 맛이 나는 말이다. 언어 순화를 위해 이리저리 노력하지만 그리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러면 드립의 우리말은? 당연히뽑기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볶기와 뽑기라는 말을 사용한다. 손흘림, 볶기, 뽑기 등의 말이 그저 순간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의 커피 철학을 담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협소하고 우중충했던 커피집이 정감 있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123p. <다동 커피집> 중에서

초등학교 5학년 때, 할아버지가 뭔가를 타주셨는데 먹어보니 깜짝 놀랄 만큼 달고 맛있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그게 바로 커피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홉 가구만 사는 작은 시골마을에 커피가 있을 리 만무했다. 마침 아랫마을에 과부아줌마가 하는 구멍가게에서 커피를 팔고 있었다. 남들은 고무신 팔아 엿 바꿔 먹을 나이에 그는 집에 있는 농작물을 가져다주고 커피를 가져오곤 했다.

164p. <커피가게> 중에서

카페 안을 기웃거리는 동안 내려온 커피와 치즈 케이크는 조금 전에 먹은 저녁을 잊게 할 정도로 깊고 풍부한 맛을 지니고 있었다. 우윳빛 치즈 케이크는 농밀하면서도 촉촉한 맛이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주인장이 가지고 온 치즈 케이크는 부산의 카페는 물론이고 서울까지 배송된다고 한다. 한 입 떼 내어 입안에 넣으면 진한 커피 한 모금이 간절하고, 진한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나면 이번에는 얼른 치즈 케이트로 손이 간다.

236p <세라도> 중에서

 

추천글

저자의 글에서 우리는 바흐에서 베토벤에 이르는 감정의 스펙트럼을 접할 수 있다. 활과 화살의 관계를 유추시키는 작은 감동의 물결들이 중첩되어 봄바람처럼 타고 흐른다. 특히 커피를 중심으로 펼치는 그의 섬세한 묘사는 여린 감성들을 자극해내기에 충분하다

― 김종만(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음악평론가)

이 책에는 뜨거운 태양 아래 춤추는 펠리칸의 열정, 여름비를 기다리는 담쟁이의 낭만, 비너 카페향 같은 짙고 깊은 사색의 결정체가 들어 있다. 바른 세상을 향해 따스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그의 글들을 읽노라면 한 잔의 커피가 마시고 싶어진다.

― 장석용(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지은이

김정열

커피가 좋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끝내 책까지 쓰게 되었다. 좋아하는 일이 커피며, 여행이고 사진이어서 그것들을 한데 모아보니 책이 되었다. 커피를 즐긴 건 20년이 넘었고, 커피를 깊게 배운 건 5년 남짓, 그동안 기초를 다지며 컵핑부터 로스팅까지 두루 익혔다. 했던 일 다시 하는 걸 제일 싫어하는 그는 또 다른 꿈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차례

 

커피 여행의 동반자들

나의 커피 편력기

Legend, 커피의 전설이 되다

“당신을 기다릴게요” <커피스트>

바다로 간 커피, <보헤미안>

문화와 전설의 중심, <학림>

포항 커피의 맹주, <아라비카>

양치기 소년이 사는 곳, <칼디>

커피 무림계의 고수, <허형만의 압구정 커피집>

자존심으로 내리는 커피, <커피명가>

넉넉한, 그러나 빈틈없는 커피를 말하다, <빈스톡>

고향에서 만난 커피 <슈만과 클라라>

차 마시는 동네 다동, <다동 커피집>

좋은 커피와 완벽한 카페의 만남, <클럽 에스프레소>

정직한 커피가 남산의 풍광을 만나다, <전광수 커피하우스>

커피 향에 스며든 문학의 진한 맛, <휴고>

 

Trend, 커피의 오늘을 말하다

촌동네에서 쓰디쓴 원두커피 팔아먹기, <커피가게>

낡은 유행가 들으며 커피 한 잔, <커피한잔>

내 마음대로 카페, <커피 볶는 곰다방>

정직과 양심을 담은 커피, <나무사이로>

소담한 카페, 궁궐을 마주하다, <아포스트로피 S>

커피 내리는 의사, 진료하는 바리스타, <제너럴 닥터>

세상에서 가장 작고 행복한 커피 공장, <더 블루스>

치즈 케이크와 커피의 조화, <세라도>

산사에서 커피를 마시다, <길상사>

삼청동의 꿈꾸는 등대, <잠꼬대>

.

커피수첩
 리뷰 신청 기간 : 2008.09.24 ~ 2008.10.08
 리뷰 작성 기간 : 2008.10.09 ~ 2008.11.10
 리뷰 신청 수량  : 5
 글.사진 : 김정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