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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천고마비의 계절, 하늘만큼이나 내 혈압도 올라간다?

by skyfox 2009. 9. 2.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낮 최고기온이 30∼35도를 넘기고 밤에도 열대야 때문에 밤잠을 설칠 정도로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최근에는 낮 기온이 26∼30도 정도로 많이 선선해졌다. 특히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에는 기온이 제법 쌀쌀하다고 느낄 정도로 일교차가 심하게는 약 10도를 넘기고 있다 .

외부활동이 잦거나 더위를 많이 타던 사람에게는 더할나위없이 활동하기에 좋은 계절이지만 평소 심장병이나 뇌졸중 등의 위험을 안고 있거나 만성질환 등으로 면역력이 취약한 사람은 이 정도의 기온하강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광진구 자양동에 사는 김상현(52·가명)씨는 “고혈압을 앓고 지낸지가 약 10년이 지났다”며 “혈압약을 처방받기위해 다니고 있는 병원에서 요즘 같은 환절기가 되면 의사로부터 각별히 주의하라는 조언을 듣는다”고 했다. 기온이 떨어질수록 혈액은 끈끈해지며 혈관은 수축되고 혈압은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이는 피부를 통한 열 발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땀을 적게 흘리고 말초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온이 약 1도씩 내려갈 때마다 수축기 혈압이 1.3㎜Hg, 이완기혈압이 0.6㎜Hg 상승하는데 가을엔 여름에 비해 각각 7㎜Hg, 3㎜Hg 정도 올라가게 된다. 특히 고혈압이 있거나 연령이 높을수록 실내외의 기온 차에 따른 혈압의 변화가 더욱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또한 가을이 오면 생체시계는 지방을 태워 체온을 올리려고 한다. 그러나 도시화된 환경에 사는 현대인들은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운동량은 적어지며 풍성해진 먹을거리에 식욕을 억누르지 못한다. 겨울에 대비해 열량을 저장하려는 동물적 본능과 여름철에 허해진 기를 보충한다며 이것저것 챙겨먹는 욕심이 이를 부추기고, 이런 기후적 조건은 돌연사의 위험을 높이게 된다. 평소 육류 등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고 운동을 싫어하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혈관내피세포가 손상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손상된 세포 밑에는 콜레스테롤이 쌓이고 이것을 청소하기 위해 백혈구가 모여 포말세포를 형성하는데 여기에 염증반응이 일어나 동맥벽의 근육세포가 균열되면 벽이 두꺼워지고 죽종(기름찌꺼기)을 형성한다. 죽종이 터지면 혈관 내 혈액이 엉겨서 혈전을 만드는데 완전히 커진 혈전 덩어리가 뇌나 심장의 큰 혈관을 막으면 이게 바로 돌연사다.

과거에는 초겨울에 심장병 뇌졸중이 다발하는 계절적 특성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환절기, 혹한기, 혹서기에 다소 환자가 늘어날 뿐 연중 고르게 분포하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로 응급실을 찾은 심근경색증, 협심증, 뇌졸중 환자는 가을(9∼11월)이 겨울(12∼2월)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통계가 발표된 적이 있다. 이는 가을에도 겨울에 못지않게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밖에 퇴행성관절염 환자도 천고마비 계절인 가을이 달갑지만은 않다. 여름엔 기온과 습도가 높아 둔해지거나 불쾌한 정도의 통증을 호소하지만 가을부터는 시리고 칼로 베이는 듯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기온하강 때문에 관절의 혈액순환이 떨어지고 근육과 관절이 경직되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여름에 비해 날씨가 쌀쌀해질수록 운동량이 부족해지고 늘어나는 섭취열량은 체중 증가로 이어져 관절에 부담을 주기 쉽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움츠러들기 보다는 적절한 운동과 뜨거운 찜질이 이를 극복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

가을철 또 하나의 복병이라면 건조함을 무시할 수 없다. 호흡기 피부, 콧속, 구강, 안구 등 외부에 노출된 모든 기관이 메마르고 거칠어지게 된다. 가을엔 일사량이 여름보다 적지만 습도가 낮고 대기 중 분진이 적어 오히려 여름보다 피부를 노화시키는 자외선이 더 많이 도달된다. 수시로 보습제와 영양크림으로 적절한 수분과 유분을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

도움말 - 한명옥 원장(아산한빛의원) www.asanhanv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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