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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설’이 ‘땡기면’ 연극<관객모독> 무대에 올라라!

by skyfox 2009. 6. 4.
‘독설’이 ‘땡기면’ 연극<관객모독> 무대에 올라라!
욕설과 물세례로 극장 뒤엎는데, 관객은 ‘즐거워’

연극하면 떠오르는 화려한 무대장치와 독특하고 다양한 의상들이 관객들의 시선을 끌기 마련. 그러나 연극 <관객모독>(연출 기국서)의 무대에는 의자 4개, 배우 4명이 썰렁한 무대에 올라 시작된다. 기초적인 문법조차 무시된 난해한 말들,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배우들, 목사님의 설교를 듣는 듯한 어조, 약장수 같은 상황 설정으로 연극은 진행된다.

   


<관객모독>의 ‘스토리가 뭐지요?’ 연극을 보고 나오는 관객들의 질문이 아니다. 배우가 관객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기본적인 스토리텔링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행복한 결말이나 슬플 사랑이야기가 숨어있을 거라는 기대감마저 무너트린다.

대학로 창조아트센터에 올려진 <관객모독>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같이 생각한다. 세상이 무대 위에 올려지고, 무대 위 허상들이 꾸벅꾸벅 걸어 나와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주체와 객체, 자아와 타자의 경계를 허무는 듯한 구성은 마치 포스트모더니즘의 한 예술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관객모독>은 이 시대의 연극을 말한다, 시대의 이슈를 거론하고 공감하며 풍자하는 게 이 시대의 연극이 본 모습이라고. <관객모독>이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새롭게 느껴지는 건 사람들과 같은 보폭으로 시대를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독설’ 혹은 매저키즘 통해 느끼는 현실 자각

<관객모독>의 빼놓을 수 없는 건 욕설과 객석에 퍼붓는 물세례. 관객들은 이 순간 무대에 뛰어올라 연극을 지휘한다. 스토리가 뒤바뀌고 배우와 관객이 뒤엉키며 극장이 아수라장이 되는 순간 관객들은 어떤 공연예술도 보여줄 수 없는 모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바로 이런 특징들을 통해 ‘내’가 연극을 보고 있다 는 현실과 마주하게 한다.

연극배우 아무나 합니까? 손들면 됩니다!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에서 관객들은 중얼거리다. “너무 뻔한 스토리다, 그래픽이 좀 떨어지는 거 아니야?, 주인공이 왜 저모양이야?” 그러나 중얼거림이 영화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때론 목사님의 설교 시간에 손을 들고 질문을 퍼붓고 싶었지만 그건 이 시대에 금기였다.

<관객모독>은 금기를 깨버린다. 배우는 관객에게, 관객은 배우에게 서슴없이 질문을 주고받는다. 주인공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중얼거릴 필요도 없다. 그 순간 관객은 무대에 뛰어올라 주인공의 바통을 이어받으면 된다.

작가 피터 한트케를 유명인사로 만든 <관객모독>

<관객모독>은 지난 1966년 쓰여져 피터 한트케(Pter handke)를 연극계에 데뷔시켰다. 이후 1966년 프랑크푸르트의 투름극장에서 첫 공연이 올려졌다.

<관객모독>은 기존 연극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며 反연극, 또는 언어 연극이라는 독특한 타이틀이 붙기도 했다. 이 작품 하나로 피터 한트케는 독일 연극계와 문학계의 일약 유명인사가 되었다. 연극에 대한 비판과 조롱 농담으로 일관하는 내용 때문에 지금도 독일에서는 브레히트 이후의 또 하나의 연극 형식(또는 연극의 자극제)으로 상연되고 있다.

국내에는 1977년 극단 <프라이에뷔네> (고대 독문과 출신의 극단. 후에 <우리극단>으로 명칭 변경)에서 고금석 연출, 세실극장에서 첫 공연되었다. 그 후, 극단 76단의 기국서 연출에 의해서 공연되면서 극단 76단에 의해 2-3년 만에 한 번씩 무대에 올랐다.

허구와 실제, 시간과 공간, 약속과 우연에 대하여

<관객모독>은 배우과 관객이 극장에서 만나 기존 연극이 감추고 있는 허구와 실제, 시간과 공간, 약속과 우연 등 연극의 모든 비밀에 대해 끊임없는 대화를 나눈다. 관객들은 이러한 대화에 익숙하지 못하다. 그러나 관객들이 이후 다른 작품을 만나게 되면 연극의 허구와 실제 사이에 튕겨져 나오는 어떤 다른 현실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뭐라 단정 지을 수 없는 연극의 ‘진실성’과 이어져 있다.

연극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도 새로운 매력 선보여

<관객모독>은 기존 연극을 풍자하며 반연극적 태도로 일관하지만 실은 연극의 생명력인 현장성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관객들은 최근의 연극들이 아무런 환상도 심어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경박함과 억지스러운 표현에 지루함을 느낀다. 때문에 기존 연극과는 다른 ‘진지함’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 착각한다. 하지만 관객들은 늘 현실로 돌아오려는 조급함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관객모독>은 ‘현실회귀 본능’에 휩싸인 관객들에게 새로운 연극 감상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공연 정보
공 연 명 연극 관객모독
공연일시 2008년 4월 17일 - openrun
공연장소 창조아트센터 2관
연 출 기 국 서
출 연 진 성홍일, 최영환, 서민균, 한다현, 이재인
제 작 극단76, 창조프로덕션
공연문의 02) 747-7001 / www.changjoartc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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